주요국 의료 데이터 법·제도 속속 정비…한국만 가이드라인에 머물러
▷독일·핀란드·EU 잇따라 의료 데이터 활용법 시행…한국은 논의 중
▷국내 관련 규정 여러 법률에 분산…용어 혼란·법 적용 모호성 지적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디지털 헬스케어 및 보건의료 정보 활용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을 위한 공청회'(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이정원 기자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국이 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제도를 빠르게 정비하는 가운데, 국내도 가이드라인 수준에 머문 의료 데이터 활용 기준을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재석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이날 공청회에서 '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한 법적 쟁점과 입법 과제'를 주제로 발표하며 AI 기술 발전에 따른 의료 데이터 입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AI 기술이 의료 영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2026년 Stanford AI Report에 따르면 AI는 박사 수준의 과학 문제 해결과 수학 추론 영역에서 인간의 성과를 일부 상회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미국 FDA 승인 AI 의료기기는 2015년 6개에서 2023년 223개로 급증했으며, 구글 AlphaFold는 50년간 생물학계가 이룬 단백질 구조 예측 성과를 4년 만에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이 같은 혁신의 토대가 바로 의료 데이터인 만큼, 전 세계적으로 양질의 데이터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입법 동향도 소개됐다. 미국은 1996년 HIPAA와 2016년 21세기 치료법을 통해 의료 정보 표준화와 연구 촉진 체계를 마련했고, 영국은 2006년 바이오뱅크를 구축해 현재 전 세계 90여 개국 30만 명의 연구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2018년 차세대 의료기반법과 2023년 유전체 의료 추진법으로 바이오·의료·유전체 데이터 활용을 제도화했다.
특히 데이터 보호에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독일도 2024년 건강데이터 활용법을 시행, 전자의무기록을 옵트아웃하지 않는 한 국가연구데이터센터에 자동 전송하도록 하는 강력한 활용 체계를 도입했다.
반면 국내는 생명윤리법, 개인정보보호법, 공공데이터법, 데이터 산업법 등 관련 규정이 여러 법률에 분산돼 있어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가 모호하고 법률 용어의 혼란도 적지 않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2006년부터 단일 건강정보 보호법 제정 논의가 이어졌으나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발표를 마무리하며 네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개별 제도 개선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부 주도의 인프라 구축 사업으로 관점을 전환할 것, 비교적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독일보다도 늦어진 의료 데이터 입법을 서두를 것, IRB·DRB·동의·가명 처리·국제 이전·연합 학습 등 주요 쟁점에 대한 명확한 법령 체계를 마련할 것, 기술 도입 여부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활용 기준 설계에 집중할 것 등이다.
그는 "속도를 앞세운 불확실한 발전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함께 설계해 나가야 한다"며 "우리 연구자들이 우리 데이터로 연구하고, 우리 환자들이 해외 기업의 독점에 의존하지 않고 먼저 수혜자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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