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공개매수 도입해도 인수시장 위축 없다"…전량 매수 의무화·발동 지분율 25% 제언
▷41개국 데이터 분석…도입 후 지배권 프리미엄 60%→23% 하락 확인
▷'자발적 전량 공개매수' 활성화로 오히려 인수 비용 낮아질 수 있어
17일 여의도 금융투자센터에서 개최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 개선 방향' 심포지엄(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이정원 기자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도입하면 기업 인수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17일 열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A 제도 개선 방향' 심포지엄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취지, 쟁점, 그리고 입법 시 고려사항'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의무공개매수 제도는 인수자와 그 특별관계자의 지분 합산이 일정 비율을 넘으면, 나머지 발행주식 전량에 대해 동일한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해야 하는 제도다. 지배주주든 일반주주든 동등하게 팔 수 있는 기회와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 취지다.
그러나 그동안 전량 공개매수 의무를 부과하면 인수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져 기업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시장 전반을 냉각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도입 논의의 발목을 잡아왔다.
김 교수는 이에 대해 "5년 이상 연구해 왔는데, 기업 인수 시장 위축론의 실체가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며 "제 결론은 실체가 없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다섯 가지 근거를 들어 반박했다.
첫째, 위축론의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수 비용이 올라간다는 주장은 지배권 프리미엄이 고정돼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는데, 그 가정이 틀렸다"고 말했다.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도입되면 인수자와 매각자 모두 새로운 규칙에 맞춰 지배권 프리미엄을 낮추려는 유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41개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전 발동 지분율 이상 거래의 지배권 프리미엄은 평균 60%였지만 도입 후에는 23%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둘째, 지배주주에게 높은 프리미엄으로 주식을 사고 나머지 주주에게 동일한 가격으로 100% 매수 제의를 하는, 이른바 두 단계 매수 방식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지목했다.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처음부터 모든 주주에게 동일한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제의하면 의무가 면제되는 '자발적 전량 공개매수'가 가능하고, EU·영국 등 도입국에서는 오히려 이 방식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두 단계 매수보다 자발적 전량 공개매수 쪽이 인수 비용이 더 낮다는 점도 강조했다.
셋째로는 발동 지분율 이상 거래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데이터로 반박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이후 발동 지분율 이상의 거래 비중이 줄지 않았고, 의무공개매수제를 도입한 영국과 도입하지 않은 미국을 비교해도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제도 도입 후 발행주식 50% 이상을 인수하거나 전량을 인수하는 거래가 늘어나 소유 구조가 개선되고 이중상장 문제도 줄어드는 부대 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넷째로 총 인수 금액이 늘더라도 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와 비교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김 교수는 "비용만 볼 게 아니라 내가 산 주식의 가치와 비교해야 한다"며 "인수금융이 발달하지 않았던 1997년과는 달리, 지금처럼 인수금융 시장이 발달한 상태에서는 인수 비용 증가를 이유로 거래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미 국내 대형 PEF(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들의 거래 17개 사례에서 제도가 없음에도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에게 동일한 가격을 제시하는 관행이 형성돼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향후 제도 설계 방향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의무공개매수 가격 산정 기간을 6개월이 아닌 12개월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일정 시점이 지난 뒤 낮은 가격으로 소량을 추가 매수해 제도를 회피하려는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식 '인수 수락 조건' 도입도 제안했다.
낮은 가격으로 공개매수를 제의할 경우 발행주식의 50% 이상을 매입하지 못할 수 있는데, 이는 일반주주에게 매력 없는 가격이었다는 뜻인 만큼 해당 공개매수 자체를 무효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이 두 가지를 함께 도입해야 지배권을 고가에 인수한 뒤 가격 산정 기간이 지난 시점에 낮은 가격으로 의무공개매수를 발동시키는 이른바 '로볼링(저가 차등 매수)'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량 매수 의무화를 전제로, 발동 지분율을 해외 일반적인 30% 수준이 아닌 25%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주주의 주총 참석률이 낮은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30% 지분만으로도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이밖에도 인수 대가는 100% 현금으로 제한하고, 25%를 넘더라도 최대주주가 아닌 경우에는 의무를 면제하며, 구조조정 목적의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일반주주 과반 동의를 조건으로 면제하는 '화이트워시' 절차를 두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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