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과급 풀리자 수혜지역 소비 최대 4%↑…내년 성장률 최대 0.09%p 높일 전망
▷이천·화성·청주 등 반도체 종사자 밀집지역 소비 6월 3.7% 증가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누적 소비 증가액 1조7000억원 전망
▷내년 성과급 약 5배 확대…경제성장률 0.06~0.09%p 제고 추정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성과급이 지급된 뒤 이천·화성·청주 등 반도체 종사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소비가 다른 지역보다 최대 4%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성과급 지급에 따른 누적 소비 증가액은 약 1조7000억원으로 추정됐다. 내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 규모가 올해보다 약 5배 확대되면서 경제성장률을 최대 0.09%포인트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 지역 미시데이터로 살펴본 파급효과’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호황은 기업실적과 근로자 임금을 거쳐 지역 소비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 확산과 수출가격 상승을 바탕으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크게 늘어난 영업이익을 토대로 임금과 성과급 지급을 확대하고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전체 경제지표만 보면 반도체 호황의 소비 파급효과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올해 들어 전산업 평균 명목임금 상승률은 건설업 등 다른 산업의 부진으로 둔화했고,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고용 증가폭도 축소됐다.
소비는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추가경정예산과 전기자동차 구매보조금,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 전체 소비 가운데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부분만 분리하기 어려운 것이다.
보고서는 NH농협카드와 하나카드의 시·군·구별 결제 자료를 활용해 반도체 종사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소비가 성과급 지급 전후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했다. 두 카드사의 결제액은 전체 카드 소비의 약 19%를 차지한다.
특히 공장 소재지가 아닌 카드 이용자의 청구지를 기준으로 소비를 집계했다.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는 종사자가 실제로 어느 지역에 거주하는지를 추정해 지역별 ‘반도체 노출도’를 산출한 것이다.
보고서에서 산출한 '반도체 노출도'는 이천시가 6.8%로 가장 높았다. 반도체 노출도는 해당 지역 성인 인구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화성시가 4.6%, 청주시 흥덕구가 3.6%로 뒤를 이었다. 수원 영통구와 오산시, 용인 수지구 등 공장 인접 지역에서도 비교적 높았다.
분석 결과 이천·화성·청주 흥덕구 등 반도체 노출도가 높은 3개 지역의 소비는 성과급 지급 이후 비노출 지역보다 뚜렷하게 증가했다.
2025년 1월 말 성과급이 지급된 이후 월별 소비 증가폭은 최대 1.6%까지 확대됐다가 하반기 들어 다소 줄었다. 그러나 성과급 규모가 크게 늘어난 올해 초부터 소비 반응이 다시 강해지면서 6월에는 비노출 지역보다 3.7%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도체 종사자 거주 비중이 높은 이천·화성·청주 흥덕구의 소비 증가폭은 성과급 지급 이후인 2025년 최대 1.6%에서 올해 6월 3.7%로 확대됐다. (자료=한국은행)
소비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025년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누적 소비 증가액은 약 1조1000억원이다. 현재까지의 소비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지난해부터 올해 말까지 누적 증가액은 약 1조7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2025년과 2026년 연평균 소비 증가액은 약 800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민간소비 증가액 41조3000억원의 약 2%에 해당한다.
세후 성과급 가운데 소비 증가로 이어진 비율을 의미하는 ‘소비파급률’은 2025년 27%, 올해 21%로 추정됐다. 성과급 규모가 커지면서 비율은 다소 낮아졌지만, 지난해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소비 효과 추정 범위인 16.1~39.8%에 포함된다.
보고서는 성과급이 소비쿠폰과 달리 사용기한이나 사용처에 제한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파급률이 낮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를 근로자가 받은 성과급의 20% 이상을 직접 소비했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추정치에는 성과급 수령자의 직접 소비뿐 아니라 미래소득에 대한 기대와 지역 내 소비 증가가 다른 사람의 소득과 소비로 이어진 2차 효과도 포함됐다.
반도체 성과급을 통해 늘어난 소비가 국내 생산과 부가가치로 연결되면서 국내총생산(GDP) 수준은 반도체 호황이 없었을 때보다 2025년 0.01%, 올해 0.03% 높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현재까지는 경제 전체의 성장 흐름을 좌우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그러나 기업실적 개선이 근로자 임금과 소비로 이어지는 경로가 실제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이 같은 효과는 내년에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보고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즉시 현금화 가능한 세후 성과급이 올해 4조4000억원에서 내년 21조9000억원으로 약 5배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정부가 지급한 소비쿠폰 13조5000억원보다 약 1.6배 많은 규모다.
소비파급률이 성과급 증가에 따라 낮아지는 보수적 시나리오에서는 내년 GDP 수준이 0.08%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파급률이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경우 GDP 제고 효과는 0.12%까지 확대된다. 이를 연간 성장률로 환산하면 내년 경제성장률을 0.06~0.09%포인트 높이는 효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에 따른 GDP 제고 효과는 2025년 0.01%, 2026년 0.03%로 추정됐다. 2027년에는 소비파급률에 따라 0.08~0.12%로 확대될 전망이다. (자료=한국은행)
다만 이번 분석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의 성과급에 따른 소비 효과만 반영했다. 다른 IT 기업의 임금 상승과 반도체 기업의 투자 확대, 주가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 세수 확대에 따른 영향은 포함되지 않았다.
반도체 호황이 내수와 성장으로 얼마나 이어질지도 추가 소득의 사용처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까지는 자동차와 백화점, 가전·가구 등 고가 소비가 증가를 주도한 반면 일상 소비와 서비스업으로의 확산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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