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소각 의무화…핵심 쟁점은 '예외'
▷개정 상법 시행으로 취득 후 1년 내 소각이 원칙…기존 보유분도 1년 6개월 내 정리
▷예외 보유·처분은 매년 주총 승인 받아야…실효성은 공시와 지배구조에서 갈릴 듯
(일러스트=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회사가 사들인 자기주식을 오래 쌓아두는 방식에는 제동이 걸렸다. 지난 3월 6일 시행된 개정 상법은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1년 안에 소각하도록 했고, 법 시행 전 취득한 기존 자기주식도 1년 6개월 안에 정리하도록 했다. 임직원 보상이나 경영상 목적 등 예외적으로 활용이 필요한 경우에는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을 작성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번 개정은 자사주를 둘러싼 규율 자체를 바꿔놓았다. 법은 자기주식에 의결권이나 배당을 받을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자기주식을 교환 또는 상환 대상으로 하는 사채 발행과 질권 설정도 제한했다. 법제처가 공개한 개정이유에는 이런 정비를 통해 일반주주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자본충실의 원칙을 도모하려는 목적이 담겼다.
◇ 예외는 주총 문턱을 넘도록 바뀌었다
눈여겨볼 대목은 예외 조항의 운용 방식이다. 개정이유에 따르면 회사는 임직원 보상 등의 사유가 있을 때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마련하고, 그 계획이 매년 주주총회 승인을 받은 경우에 한해 자기주식을 예외적으로 보유하거나 처분할 수 있다. 법무부가 3월 11일 발표한 ‘개정 상법 길라잡이’도 자기주식의 예외적 보유·처분은 주주총회 승인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도 단순한 소각 실적에서 예외 계획의 내용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보유 목적이 무엇인지, 보유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처분 시기는 언제인지,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처분되는지까지 확인해야 자사주가 주주환원 수단으로 쓰이는지, 아니면 다른 목적으로 남겨지는지 가늠할 수 있어서다. 주총 승인 절차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통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개정 상법이 남긴 현실적인 점검 지점으로 읽힌다.
금융위원회가 공시 강화를 별도로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위는 3월 30일 보도자료에서 주주총회 승인을 받은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과 이행 내용을 자본시장법상 공시제도를 통해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존 1% 이상 보유 상장사 중심이던 공시 대상을 모든 상장회사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또 실제 이행 현황이 연 2회 공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주총 승인 시점에 처분 시기가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어, 투자자와 일반주주가 실제 처분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고 짚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자기주식 처리계획에 따른 실제 이행 현황까지 공시하도록 해 상법상 주총 승인 제도와 자본시장법상 공시 제도가 함께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허위 기재가 있을 경우에는 과징금, 증권발행 제한, 임원 해임권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는 점도 함께 제시됐다.
결국 앞으로의 쟁점은 “소각을 했느냐”보다 “무슨 이유로 남겼느냐”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소각 의무화로 자사주를 장기간 묵혀두는 관행에는 확실히 제약이 생겼지만, 예외 계획이 넓고 공시가 느슨하면 제도의 체감 효과는 회사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보유 목적과 처분 일정, 실제 이행 결과가 촘촘히 공개되면 자사주를 둘러싼 설명 책임은 그만큼 무거워진다. 올해부터 자사주 이슈의 무게중심이 소각 발표 자체보다 예외 계획서와 이행 공시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는 개정 상법과 금융위 후속 조치를 종합했을 때 가능한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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