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구조]②월 13만원의 숨통, 그다음은 누가 책임지나…민간 상담 성과 뒤에 남은 제도 공백
▷상담 완료자 88% 재정자립도 개선…평균 증가액 13만394원
▷소득쌓기 전략 성과 거둬…"공공에서 전달체계 뒷받침 해줘야"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민간 상담을 통해 월평균 13만 원의 재정 개선 효과가 확인됐지만, 9천만 원이 넘는 평균 채무액 앞에서는 여전히 역부족임이 드러났다. 민간의 정교한 ‘소득 쌓기’ 전략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이제는 공공이 이를 넘겨받아 제도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담을 통한 재정자립도 변화를 보여주는 표. 상담 완료자의 88%가 재정자립도 개선을 경험했다. 출처=2025년도 저신용, 다중채무자 신용상담 사업 보고서
올해 3월 발간된 ‘2025년도 저신용·다중채무자 신용상담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상담 완료자의 88%가 재정자립도 개선을 경험했고, 평균 증가액은 13만394원이었다. 최소 증가액은 1만원, 최대 증가액은 400만원이었다. 소비습관 개선과 예산계획 수립만으로도 가계 숨통을 틔울 수 있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이 성과를 곧바로 문제 해결로 읽기는 어렵다. 평균 채무액은 9554만8000원이고, 평균 가계는 여전히 월 28만6444원 적자 상태였다. 한 달 13만원의 개선은 절박한 가계에 실제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과잉채무와 빈곤의 고리를 끊기는 어렵다. 민간 상담의 성공이 국가 정책의 충분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상담의 성과는 확인됐지만…고액 채무 앞엔 여전히 한계
보고서는 내담자 특성을 반영한 48개 맞춤형 매트릭스와 AI 기반 조기 진단 시스템 도입 계획을 밝혔다. 또 기존 4단계 상담 틀을 유지하되, 소득 수준을 기준으로 무직, 100만원 미만 비정규직, 100만원 이상 비정규직, 정규 소득 보유자 등으로 나눠 개입 우선순위를 달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소득 쌓기’ 전략이다. 보고서는 "100만원 미만 비정규직 내담자의 경우 채무 해결 이전에 복지 혜택과 고용 지원을 동시에 얹어 가처분소득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거급여,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 기초연금 같은 비근로소득을 먼저 확보하고, 그 위에 취업지원과 채무조정을 결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채무자 지원 정책의 중심이 금융에서 생활로 옮겨가야 함을 보여준다.
◇민간이 입증한 해법, 이제는 공공 제도로 옮겨야 할 때
문제는 이런 정교한 모델이 여전히 민간 프로젝트 단위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복합상담의 전문성을 강조했지만, 그 전문성이 민간 기관의 역량과 후원에만 기대는 구조라면 지속 가능성은 불안정하다. 취약채무자 지원은 캠페인이 아니라 상시 제도여야 한다. 채무조정 창구, 복지 신청, 주거 지원, 일자리 연계를 한 자리에서 처리하는 공공형 통합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월 13만원의 개선은 작지 않다. 그러나 그 숫자가 더 큰 의미를 갖기 위해선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 민간 상담이 확인한 해법을 공공이 제도로 받아 안을 때, 취약채무자는 비로소 ‘상담 대상’이 아니라 다시 생활을 꾸릴 시민으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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