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직원 월급은 묶였는데 대표 차고엔 슈퍼카…국세청, ‘회삿돈 탈세’ 19곳 조사

▷법인 고가차량 90대·약 300억원 규모…전체 탈루혐의 금액 약 3,000억원
▷운행기록부 조작·저가 양도·자녀회사 끼워넣기…법인차 사적 사용 넘어 자금유출·편법증여 추적

입력 : 2026-05-28 14:57
직원 월급은 묶였는데 대표 차고엔 슈퍼카…국세청, ‘회삿돈 탈세’ 19곳 조사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한 제조업체는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직원 급여는 수년간 동결했다. 반면 사주는 법인자금으로 시세 3억원 이상 고가 슈퍼카 6대를 포함해 외제차 45대를 보유했다. 일부 차량은 업무와 무관하게 회사 안에 전시하듯 사용했고, 고급 룸살롱을 수차례 드나들며 유흥비 약 15억원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한 혐의도 받는다.

 

이 사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당한 사유 없이 약 60억원의 고액 급여를 과다 수취한 혐의가 있고,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특수관계법인에 가상자산 채굴기 구입자금 약 200억원을 무상 대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사주 일가 명의 해외계좌에 약 17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도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또 다른 법인은 자녀가 세운 회사에 슈퍼카를 저가로 넘겼다. 사주는 법인자금으로 총 6억원 상당의 슈퍼카 3대를 구입해 사용하다가,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차량을 낮은 가격으로 양도했다. 자녀는 해당 법인 명의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했고, 실제 근무하지 않았는데도 약 2억원의 가공 급여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해당 법인은 기존 거래처와의 직접 거래를 중단하고 자녀 법인을 거래 단계에 끼워 넣어 약 10억원의 통행세 이익을 제공한 정황도 확인됐다.

 

법인 명의 슈퍼카가 단순한 ‘과시용 자산’을 넘어 탈세의 신호로 떠오르고 있다. 회사 돈으로 고가 차량을 사고 사주 일가가 개인 차량처럼 사용한 뒤, 이를 업무용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소득을 줄이는 방식이다. 국세청은 이런 행태가 법인자금 유출, 특수관계자 부당 지원, 자녀 편법증여와 맞물려 있다고 보고 법인소유 고가차량 사적 사용 혐의가 있는 19개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28일 ‘질주하는 탈세 슈퍼카, 국세청이 멈춰 세운다’ 브리핑을 열고 법인소유 고가차량 사적 사용과 관련한 세무조사 방침을 밝혔다.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19개 법인이 소유한 고가 차량은 총 90대, 약 300억원 규모다. 전체 탈루혐의 금액은 약 3,000억원에 이른다.


연도별 1억원 이상 법인등록 차량 수. 국세청은 2024년 연두색 번호판 도입 이후 고가 법인차량 등록이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2025년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자료=국세청·국토교통부
 

◇ ‘연두색 번호판’도 막지 못한 회삿돈 슈퍼카

 

이번 조사의 출발점은 법인 명의 고가차량이다. 국세청은 2016년부터 업무용 승용차에 대해 전용보험 가입과 운행기록부 작성을 의무화했고, 2024년부터는 8,000만원 이상 법인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법인차량을 개인 전용차처럼 쓰면서도 비용은 회사 경비로 처리하는 행태를 막기 위한 취지였다.

 

그러나 국세청은 제도 도입 이후에도 탈루 행태가 진화했다고 보고 있다. 일부 법인은 연두색 번호판의 ‘낙인효과’를 피하기 위해 8,000만원 이상 차량을 취득하면서 가액을 낮춘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취득가액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초고가 슈퍼카를 업무용으로 신고한 뒤 사주 자녀가 유흥주점, 클럽, 골프장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하고 운행기록부를 조작한 혐의도 제기됐다. 사주에게 차량을 무상 이전하고도 법인자산으로 허위 기재한 정황도 확인됐다.

 

법인차량 신규등록 통계도 국세청의 문제의식을 뒷받침한다. 1억원 이상 법인등록 차량은 2022년 4만8,894대, 2023년 5만1,542대에서 연두색 번호판이 도입된 2024년 3만3,960대로 감소했다. 그러나 2025년에는 3만9,429대로 다시 늘었다. 국세청은 연두색 번호판이 오히려 일부에서 ‘진정한 부의 상징’처럼 소비되는 잘못된 인식까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세청이 고가 법인차량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세법상 법인이 업무용 차량을 취득하는 것은 가능하다. 핵심은 차량을 실제 업무용으로 사용했는지, 사적 사용분까지 업무용 비용으로 처리해 법인소득을 줄였는지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브리핑에서 “기업이 업무용으로 고가 승용차를 사는 데 차량가액이나 기종 제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저희가 주목한 것은 고가 차량을 사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업무용으로 한정해 사용해 달라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적으로 사용한 부분까지 법인 경비로 계상하면 법인소득을 축소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명백한 탈세행위”라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단순히 슈퍼카 사용 여부만 보는 것이 아니다. 국세청은 법인 명의 고가차량을 단초로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과 관련 기업의 탈루 혐의까지 함께 들여다볼 계획이다. 조사 대상 기간은 부과제척기간을 감안해 2021년부터 2025년까지가 중심이다. 19개 법인 가운데 매출 5,000억원 이상 업체가 1곳, 코스피 상장사가 2곳 포함된 것으로도 확인됐다.

 

◇ 법인차에서 시작된 조사, 자금유출·편법증여로 번졌다

 

이번 세무조사의 차별점은 법인차량 사적 사용이 다른 탈루 혐의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고가 슈퍼카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법인을 분석한 결과, 동종업종과 비교해 탈루 혐의가 더 큰 경향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슈퍼카가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법인자금 사유화의 징후로 작동한 셈이다.

 

국세청이 제시한 탈루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법인자금을 이용한 사주 일가의 호화·사치 생활이다. 법인 명의로 초고가 차량을 취득한 뒤 사주 일가가 개인 전용차처럼 이용하고, 골프장·특급호텔·백화점·고급 스파 방문 등에 사용한 사례가 포함됐다. 일부 사주 일가는 미술품, 명품의류, 보석류, 백화점 상품권을 법인카드로 지속 구매하거나, 고급 단독주택 인테리어와 수입 가구 구입 비용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한 혐의도 받는다.

 

둘째는 변칙 거래를 통한 법인자금 유출이다.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법인을 거래 과정에 끼워 넣어 통행세 이익을 제공하거나, 자녀 회사의 인건비를 대신 부담하는 방식이다. 한 사주는 법인 명의로 40여 대의 고가 외제차를 구입해 사주 일가와 임원들에게 사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배우자 지배 법인에 가상자산 채굴기 구입대금 약 200억원을 무상 대여했다. 이 과정에서 사주 일가 명의의 해외금융계좌 약 170억원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도 함께 조사 대상이 됐다.

 

셋째는 자녀에 대한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이다. 일부 법인은 해외 유학 중인 사주 자녀의 귀국 시기에 맞춰 약 3억원 상당의 수입 스포츠카를 법인 명의로 구입해 제공했다. 또 자금 여력이 없는 미성년 자녀와 약 180억원 상당의 빌딩을 공동 매입하면서 부동산 취득자금 약 50억원을 증여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례도 제시됐다. 해외 체류자를 국내에서 근무한 것처럼 꾸며 가공인건비 약 5억원을 계상한 혐의도 포함됐다.

국세청이 공개한 착수사례. 한 제조업체는 고가 슈퍼카 6대를 포함해 외제차 45대를 보유하고, 사주 유흥비와 고액 급여, 특수관계법인 무상대여, 해외금융계좌 미신고 등 혐의로 조사 대상에 올랐다. 자료=국세청
 


자녀가 설립한 법인에 슈퍼카를 저가 양도하고 거래 단계에 끼워 넣어 통행세 이익을 제공한 사례. 국세청은 사주 일가의 법인자금 사적 유용과 부당 지원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자료=국세청
 

특히 주목할 점은 법인차량 사적 사용이 회사 내부의 지배구조 문제와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일부 사주는 회사 경영권을 사실상 독점한 상태에서 법인자산을 개인 재산처럼 사용했다. 직원 임금은 수년간 동결하면서 법인카드로 명품과 유흥비를 결제하고, 법인 명의 슈퍼카를 가족에게 제공한 행태는 단순 세금 문제가 아니라 기업 내부의 사익 편취 문제로도 볼 수 있다.

 

이는 최근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권 보호 논의가 강조되는 흐름과도 충돌한다. 회사자금은 주주와 채권자, 종업원, 거래처 등 이해관계자와 연결된 자산이다. 이를 사주 일가의 차량, 유흥비, 인테리어, 자녀 지원에 사용하는 것은 조세 정의뿐 아니라 기업경영 윤리의 문제로 확대된다.

 

◇ 문제는 ‘차량 가격’이 아니라 ‘비용 처리’…운행기록부가 핵심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운행기록부 조작 여부도 살펴볼 방침이다. 업무용 승용차 관련 비용을 손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운행기록부 작성이 필요하다. 업무 사용 비율만큼 비용을 인정받는 구조다. 그런데 조사 대상 법인들은 대부분 차량을 업무용으로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가족여행, 골프장, 유흥업소, 고급호텔 방문 등 정보자료를 통해 사적 사용 정황을 포착했다.

 

안 조사국장은 “운행기록부상으로는 업무용 차량 사용 비율을 적시하도록 돼 있는데 다 업무용 차량으로 사용했다고 신고했다”며 “여러 정보자료를 확인해 보니 가족여행이나 골프장 등에서 사용한 내용이 확인돼 운행기록부가 조작된 것이 아닌지 조사 과정에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적 사용 여부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따져야 하는 영역이다. 골프장이나 고급 레스토랑을 방문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적 사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거래처 접대나 업무상 이동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도 구체적인 사적 사용 여부는 조사 과정에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세청이 슈퍼카를 조사 단초로 삼은 것은 상징성이 크다. 법인 명의 고가차량을 보유하면서 대부분 업무용으로 신고한 법인 가운데, 사주 일가의 사적 사용 정황이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슈퍼카는 세법상 허용된 업무용 자산일 수 있지만, 실제 사용 주체가 사주 일가이고 비용 처리만 법인이 한다면 회사 비용을 이용한 사적 소비로 볼 수 있다.

 

이번 조사의 또 다른 쟁점은 연두색 번호판 제도의 실효성이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고가 법인차량 등록이 줄었지만, 이후 다시 증가했다. 일부 법인은 차량 가액을 8,000만원 아래로 낮춰 신고하는 다운계약 방식까지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번호판 색상으로 사회적 감시를 유도하는 장치만으로는 탈루를 막기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필요한 것은 차량 등록 단계의 외형 규제와 세무신고 단계의 사후 검증을 함께 강화하는 것이다. 고가 법인차량의 취득가액, 실제 사용자, 운행기록부, 보험 가입 형태, 법인카드 사용처, 특수관계자 거래, 차량 양도 내역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국세청은 법인세 신고 때마다 업무용 차량의 사적 사용 여부를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법인자금은 사주 개인금고가 아니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에서 일시보관, 금융계좌 추적, 디지털 포렌식, 문서감정 등 활용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사 과정에서 매출 축소나 법인자금 유출을 위해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증빙을 조작하는 등 고의적 세금 포탈 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할 계획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대표가 비싼 차를 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회삿돈으로 고가 차량을 사고, 이를 사주 일가가 개인적으로 사용하면서 세금 혜택까지 누렸는지가 핵심이다. 여기에 자녀 회사 끼워넣기, 저가 양도, 허위 인건비, 해외 페이퍼컴퍼니 광고비, 미성년 자녀 부동산 취득자금 지원까지 결합되면 법인차량 문제는 법인자금 유출과 부의 대물림 문제로 확장된다.

 

법인 명의 슈퍼카는 겉으로는 업무용 자산이지만, 실제로는 사주 일가의 사적 소비와 탈세를 가리는 장치로 쓰일 수 있다. 직원 임금은 묶어두고 대표 일가가 법인카드와 법인차량으로 호화생활을 이어갔다면, 이는 성실 납세자와 일반 근로자에게 박탈감을 주는 문제이기도 하다.

 

앞으로 관건은 조사 결과가 실제 과세와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다. 국세청은 2020년에도 법인 명의 슈퍼카 사적 사용과 세금 탈루 혐의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고가 법인차량을 활용한 변칙 탈세가 반복되고 있다면, 개별 기획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법인차량 사적 사용을 줄이려면 운행기록부 검증의 실효성을 높이고, 고가 차량 취득가액 축소 신고와 특수관계자 저가 양도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사주 일가가 법인차량을 이용한 흔적이 법인카드 사용처, 주유·정비 내역, 골프장·호텔·유흥업소 출입 기록과 맞물릴 경우에는 통합조사로 연결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법인 명의로 슈퍼카를 사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 차를 누가,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사용했느냐다. 회사의 자산을 사주 일가의 개인 금고처럼 쓰고, 그 비용을 세금 계산서 뒤에 숨기는 관행은 더 이상 단순한 편법으로 보기 어렵다. 국세청의 이번 조사는 ‘연두색 번호판’ 뒤에 숨어 있던 회삿돈 사유화 관행을 정조준한 것으로 보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댓글 0